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은 도심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요. 스마트시티 속에서도 고층 빌딩은 핵심 요소. 100여 년 전 고층 빌딩 도입이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의미했듯, 로봇 등 첨단 기술과 조화를 이룬 21세기형 스마트 빌딩 역시 입주민의 삶을 작은 부분부터 바꿔가고 있습니다.
100여 대의 로봇과 업무 효율성을 높인 ‘네이버 1784’
‘네·카·쿠·배·토’,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이 단어는 최근 취업준비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술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토스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재기 가득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IT 기업들은 익히 알려진 대기업이 개척하지 못한 각자의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도달했다. 이들 기업은 애초 시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져버렸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철학은 사옥 등 물리적 공간에도 투영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분당 정자동에 들어선 ‘네이버 1784’ 건물이다. 네이버 제2 사옥으로 기획된 해당 건물은 직원들의 업무 공간인 동시에 로봇 ․ 자율주행 ․ AI ․ 클라우드 등 스마트 빌딩과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설계하고 구현한 곳이다. 첨단 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공간이자, 거대한 기술 플랫폼인 셈. 그중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로봇’ 친화 빌딩이라는 점. 네이버 1784에는 ‘루키’라고 불리는 100여 대의 로봇이 운행 중이다. 루키는 택배 배송뿐 아니라 도시락, 스타벅스 커피 배달 등 소소하게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들을 대신해준다. 사람들이 꿈꾸던 미래 로봇 비서가 어느 정도 현실화된 모습이다.
|건물 내 로봇 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빌딩과 다른 별도의 설계와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
스마트 빌딩의 변신, 안단테에서 알레그로까지!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스마트시티 속 고층 건물에 대해 두 가지 포인트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향후 고층 건물 설계 시 기술 발전에 대비한 여유 공간을 남기거나, 개·보수에 편리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IT 기술의 발달에 따른 설비 업그레이드 가능성, 자율주행차의 보편화에 따른 차량 감소 및 지하 주차공간의 공동화 등으로 생길 공간 활용성이다. 두 번째로 오래전 설계된 건물의 손쉬운 업그레이드를 돕는 기술 혹은 아이디어의 필요성이다. 건축물의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들로 인해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허물고 최첨단 건물을 짓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시대 변화상에 따라 예전에 설계된 건물에도 최소한의 적정 기술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기술을 오래된 건물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모듈 혹은 키트형 서비스 개발도 스마트시티 속 빌딩의 진화를 위한 또 다른 대안이 아닐까.
서양 음악에서 악보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순서는 라르고(아주 느리게)에서 프레스토(빠르고 성급하게)까지 다양하다. 스마트시티 조성과 함께 이뤄지는 스마트 건물을 음악 용어로 표현해본다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안단테(느리게)와 알레그로(빠르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최첨단 기술을 빠르게 갖춰야 하는 건물이라면 알레그로 템포로 스마트 빌딩화가 진행될 테고, 그렇지 않은 건물은 기술 적용이 조금 느릴지언정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적합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장엄한 교향곡 속 악장들이 각자의 속도와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마트시티 속 건물들이 각자의 템포로 앙상블을 이루는 것 역시 스마트시티라는 큰 교향곡을 만들어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편안하다면 말이다.